반도체칩을 만드는 원판인 웨이퍼를 만들 때 핵심 장비 중 하나 '석영 도가니'
'쇠붙이를 녹이는 우묵한 그릇'이라는 뜻도 있다
석영 도가니는 실리콘을 녹일 때 쓰는 용기다.
1500℃ 고온에서 실리콘을 녹이면 고순도 실리콘 용액이 만들어지는데 둥근 막대 모양(잉곳·ingot)으로 식혀 균일한 두께로 절단라면 웨이퍼가 된다.
이 장비를 만드는 데 최고 기술력을 가진 나라가 바로 일본. 2021년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석영 도가니 수입 물량의 99%.
신에츠 석영, 제이에스큐(JSQ) 세계시장 독점
미국 시장조사기관 엑셀런트 인사이트(Xcellent Insights)
2021년 기준 2억9532만 달러로 추산
석영 도가니 시장이 매년 3.11%씩 성장
2027년 3억5489만 달러
반도체 공정 : 전공정과 후공정 분류
통상 반도체 공정은 전공정, 웨이퍼에서 칩을 만드는 공정이다.
D램, 로직칩(시스템반도체)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모두 전공정이다.
후공정은 '패키징' 공정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포장'이다.
흔히 포장이라고 하면 상자나 봉투에 담아 밀봉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데 반도체 포장은 매우 특별하고 복잡하다.
웨이퍼 - 칩 - 패키징 공정 거쳐야 반도체
전공정을 마친 한 장의 웨이퍼 위에는 수백 수천 개의 칩이 새겨진다. 이걸 쪼개면 개별 칩이 완성된다.
이 칩은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외부에 노출되면 물과 빛, 충격 등에 손상될 수 있고 칩들을 스마트폰이나 PC, 서버(대형 컴퓨터) 같은 최종 전자제품에 쓰려면 해당 제품의 규격에 맞게 전기신호가 오갈 수 있도록 별도 배선도 만들어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패키지 공정이다.
실제로 일본은 반도체 전공정에선 한국·대만에 뒤쳐지나
후공정 분야는 일본이 세계 최고,
대표 기업 이비덴, 신코, 레조나크, 아지노모토
이비덴과 신코는 칩을 기판에 얹는 첨단 기판 분야에서 세계 1, 2위다.
중저가 기판들은 중국 업체들이 잠식했지만, 서버용 최첨단 기판은 두 회사가 거의 독과점이나 다름없는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 회사들은 칩들을 옆으로, 또는 위로 20층 이상 쌓아 하나의 부품으로 만들어내는 분야에서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지노모토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미료 회사인데 기판에서 반도체를 쌓아 올릴 때 쓰는 필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한층 한층 쌓을 때마다 중간에 ABF(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라는 필름을 끼워 넣는데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다.
어드밴스트와 후지필름은 각각 반도체 검사 장비와 후공정 연마제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디스코(DISCO)라는 회사는 웨이퍼에서 칩을 잘라내는 '다이서'나 웨이퍼를 얇게 깎는 '그라인더'를 만드는 데 독보적 회사다.
노광 과정에 꼭 필요한 포토레지스트(감광액)에서 독보적인 제이에스아르(JSR)나 티오케이(TOK) 같은 기업들도 있다.
이런 회사들이 없다면 인텔도, 삼성도, TSMC도 고부가가치 하이엔드(High-End) 칩을 만들지 못한다.
장인 정신이 빚은 소재 강국의 힘
이즈미야 와타루 산교타임스 대표(반도체 전문 기자)
- 일본 반도체업계 소재 장비 분야에 대한 책인 '전자재료 왕국 일본의 역습' 저자
- 집안이 메이지 시대부터 140여 년간 국숫집운영
2019년 11월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 초대로 방한해 '왜 일본 소재 산업은 강한가'라는 주제로 강연
- 1년여 집중 취재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장비업체들의 기업 철학, 생존 전략 및 성공 비결 찾음
제이에스아르(JSR 포토레지스트),
신에츠(웨이퍼),
후지필름(광학 필름),
닛폰 고도지 공업(콘덴서),
아사히 글라스(평판 디스플레이 기판),
교리츠 공업(액정 프레임 접착제)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매우 많다.
일정 규모 이상 회사만 해도 1만5000여 곳 될 것이다. 전통 제과점·메밀국숫집 같은 소규모 자영업까지 합하면 10만 곳이 넘는다.
5000년 역사를 가진 중국에서도 100년 넘는 기업은 1000여 곳에 불과하다.
기술을 물려받고 사람을 물려받고 역사를 물려받는 나라, 이것이 일본의 특징
일본은 19세기 말 메이지 정부 때부터 소부장 국산화를 내걸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품목마다 40~50년이 걸려도 좋으니 죽을 각오로 국산화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그는 일본이 소재에 강한 첫 번째 이유 '잇쇼 겐메이'
"반도체 후공정이자 구리가 주원료인 리드 프레임(칩과 외부 회로 간 전기신호를 전달하고 외부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함)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스미토모 금속 광산은 1590년 설립된 이후 420여 년 동안 구리 정련과 세공에만 매달렸다.
반도체용 다결정 실리콘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30%로 1위인 도쿠야마가 설립된 것도 1918년이다.
최근 수출 규제 품목이던 EUV(극자외선) 공정에 쓰는 포토레지스트(PR)를 만드는 JSR(1957), 신예츠케미칼(1926)도 각각 회사 역사가 60년, 90년이 넘는다."
일본의 정보 전자 분야 소재 기업들은 100년 이상 긴 세월 동안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며 오늘의 소재 강국을 이뤄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실험과 세세한 데이터를 철저하게 검사하고 기록하는 섬세한 감성, 품질에 대한 철저한 집착, 오로지 한 가지에만 매진하는 느림의 철학이 커다란 무기로 작용했다.
탄소섬유를 개발한 도레이도 마찬가지다.
탄소섬유가 돈이 되기 시작한 건 투자한 지 41년째부터였다.
수익이 없어도 무려 40년이 넘도록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개발자는 장인 정신으로 한 우물만 팠다."

일본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일본이 반도체 분야에서 참패했다 해서 일본이 진 것은 아니다. 지금 일본이 가는 방향은 로봇, 센서, 소재다. 반도체산업은 50년간 연 10%씩 성장했다.
앞으로 펼쳐지는 사물인터넷(IOT), 게임산업, 자율주행차 시대에 반도체산업과 소재 산업은 계속 확장할 것이다.
일본은 정보기술(IT)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뒤 사물인터넷(IoT) 혁명으로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1300조 엔(1경3000조 원)인 에너지이고, 그다음 의료 560조 엔, 식료품 400조 엔, 자동차 300조 엔이다.
앞으로 열릴 사물인터넷 시장은 360조 엔 규모로 자동차보다 크다. 그만큼 충격도 클 것이다.
사물인터넷 세상에서는 45조 개 센서가 필요한데, 일본 업체가 현재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이 비록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구글, 아마존을 못 이기고 반도체에서는 삼성을 못 이긴다 해도 센서 분야와 세계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로봇에서는 경쟁력이 강하다."
반도체 1등 韓, 소재 장비 1등 日 뭉치면 美 두렵지 않다 ㊤
● ‘넵콘 재팬 2023’에서 느낀 일본의 자신감 ● “전공정만큼 후공정도 중요한 시대 온다” ● 일본이 소재 장비에 강한 이유, ‘장인 정신’ ● 한국이 반도체 강국 된 이유, ‘과감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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